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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스 (로맨스가 아닌 삶을 말하는 영화, 음악, 현실, 선택)

DEJADEJA 2025. 4. 25.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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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맨스가 아닌 삶을 말하는 영화, 원스 (음악, 현실, 선택)

2007년, 아일랜드 더블린의 거리에서 소박하게 탄생한 독립영화 원스(Once)는 개봉 이후 전 세계적인 찬사를 받으며 “작지만 강한 감성 영화”라는 새로운 흐름을 만들어냈습니다. 이 영화는 표면적으로는 음악을 통해 가까워진 한 남자와 여자의 이야기처럼 보이지만, 전형적인 로맨스를 따르지 않습니다. 오히려 현실적인 선택, 삶의 책임감, 음악이 주는 위로를 중심으로 전개되며, 관객에게 조용하지만 깊은 울림을 남깁니다. 이번 글에서는 ‘음악’, ‘현실’, ‘선택’이라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왜 원스가 로맨스가 아닌 삶을 이야기하는 영화인지 살펴보겠습니다.

음악으로 연결되는 감정, 말보다 진한 위로

원스는 대사가 많은 영화가 아닙니다. 인물들의 관계는 말보다 음악으로 발전합니다. 주인공 ‘그(글렌 한사드 분)’와 ‘그녀(마르케타 이글로바 분)’는 이름조차 알려지지 않은 채 서로를 알아가지만, 함께 연주하고 노래하며 나누는 감정의 깊이는 매우 진중합니다. 특히 이들이 피아노 앞에서 함께 부르는 ‘Falling Slowly’는 단순한 듀엣곡을 넘어 두 사람의 마음을 조심스럽게 열고 이어주는 장면으로, 영화의 정서를 압축해 보여주는 명장면 중 하나입니다.

이처럼 원스에서 음악은 배경음악(BGM)이 아닌, 감정 자체를 전달하는 도구입니다. 인물들이 말을 아끼는 이유는 부끄러움이나 내성적 성격 때문이 아니라, 진짜 감정을 말로 정의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관객은 이들의 노래를 들으며 대사보다 더 많은 감정을 받아들이게 됩니다.

사랑보다 중요한 현실, 각자의 삶을 선택하다

원스의 가장 인상 깊은 부분은, 많은 관객이 예상했던 로맨틱한 결말을 과감히 거부한다는 점입니다. 주인공들은 서로에게 호감을 가지고, 분명히 사랑에 가까운 감정을 느끼지만, 결국 그들은 각자의 현실로 돌아갑니다. 그녀는 아이와 남편이 있는 가정으로, 그는 음악을 위해 런던으로 떠납니다.

이 결말은 관객에게 반전처럼 느껴지지만, 오히려 현실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는 너무도 익숙한 장면입니다. 현실의 책임과 개인의 삶을 놓지 않고, 순간의 감정만으로 모든 것을 뒤흔들지 않는 이들의 선택은, 성숙하고 담담합니다.

작고 조용한 선택이 바꾼 삶의 방향

원스는 거대한 드라마도, 극적인 전개도 없습니다. 하지만 바로 그렇기 때문에 더욱 현실적이고 진실한 영화입니다. 영화는 주인공들의 삶을 대단하게 꾸미지 않고, 마치 누군가의 일기를 들여다보듯 소박하게 그려냅니다. 그리고 그 안에서 우리는 누구나 겪었을 법한 작은 만남과 선택의 순간을 떠올리게 됩니다.

‘그’와 ‘그녀’는 서로를 바꿔 놓습니다. 그는 그녀의 응원 덕분에 음악을 향한 진심을 다시 되찾고, 그녀는 그의 존재 덕분에 일상의 공허함 속에서도 자신의 가치와 꿈을 재확인합니다. 이들의 변화는 결혼이나 동거, 이별 같은 눈에 띄는 사건으로 표현되지 않습니다. 단지 ‘서로를 진심으로 이해해준 누군가’를 만났다는 사실만으로 충분히 큰 전환점이 됩니다.

‘원스’는 사랑을 말하는 영화가 아닙니다. 삶을, 선택을, 그리고 음악을 통해 사람과 사람 사이의 연결을 이야기하는 작품입니다. 거창하지 않지만 깊은 여운을 남기는 이 영화는, 오늘의 감정과 선택이 언젠가 큰 변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희망을 전해줍니다. 지금, 조용한 위로가 필요한 순간이라면 이 영화를 꼭 다시 꺼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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