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것도 타지 않았는데 코에서 갑자기 탄 냄새가 느껴진 적이 있으신가요? 이는 단순한 착각일 수도 있지만, 반복되거나 특정 상황에서 지속된다면 후각 이상 또는 코 질환의 신호일 수 있습니다.
특히 “불에 탄 것 같은 냄새가 계속 난다”, “가스 냄새 같은 게 느껴진다”, “코에서 화학약품 냄새가 올라온다”는 등의 증상은 많은 이비인후과 환자들이 호소하는 대표적인 이상 후각 증상 중 하나입니다.
이러한 감각은 뇌에서 냄새를 만들어내는 착각 증상일 수도 있고, 비염이나 부비동염처럼 구체적인 염증 질환에서 비롯된 것일 수도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코에서 탄 냄새가 날 때’ 의심해야 할 대표 질환 3가지와, 그 차이점 및 증상을 자세히 정리해드립니다.
1. 만성 비염 - 후각신경 자극으로 인한 냄새 왜곡
비염은 코 점막이 외부 자극에 과민하게 반응하여 발생하는 만성 질환입니다. 알레르기성 비염, 혈관운동성 비염, 약물성 비염 등 다양한 형태로 나뉘며, 이로 인해 후각신경이 지속적으로 자극될 경우 후각 기능의 왜곡이 생길 수 있습니다.
비염의 주요 증상은 다음과 같습니다:
- 맑고 끈적한 콧물
- 코막힘, 코 가려움
- 재채기 반복
- 목 뒤로 넘어가는 콧물(후비루)
비염 환자들은 특히 아침 기상 직후, 급격한 온도 변화, 건조한 실내 환경에서 탄 냄새 또는 공기 중 이상한 냄새를 느끼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는 실제 냄새가 아니라, 염증성 점막 자극으로 인해 후각신경에 오류 신호가 전달되며 발생하는 ‘환후(phantosmia)’ 증상입니다.
대부분은 비염 치료로 증상이 완화되며, 항히스타민제, 국소 스테로이드 스프레이, 식염수 코세척 등으로 관리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증상이 장기화되거나 반복될 경우 다른 질환 여부를 확인해야 합니다.
2. 부비동염(축농증) - 고름 누적과 점막 염증이 원인
부비동염(Sinusitis), 흔히 ‘축농증’으로 불리는 이 질환은 코 주변 뼈 속에 있는 부비동(공기 주머니) 안에 세균성 염증이나 고름이 차면서 발생합니다.
부비동염은 비염보다 깊은 조직에서 발생하며, 고름의 냄새가 코 안에서 **내부적으로 지속적으로 느껴지는 냄새 착각**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대표 증상:
- 농성 콧물 (노란색 또는 녹색)
- 지속적인 코막힘
- 코에서 썩은 냄새, 탄 냄새, 화학 냄새
- 고개를 숙이면 압박감 또는 두통
- 얼굴 통증 또는 치통
특히 부비동 내의 고름이 후각 신경과 가까운 상악동, 사골동 부위에 위치할 경우, 후각 장애 또는 **냄새 감각의 왜곡**이 쉽게 발생합니다. 이로 인해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 ‘타는 냄새’나 ‘쾨쾨한 냄새’가 지속적으로 감지되며 일상생활에 큰 불편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이 경우 단순 비염 치료로는 호전이 어렵고, 항생제 치료와 함께 부비동 세척, 염증 조절, 필요 시 내시경 수술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3. 환후증(Phantosmia) - 뇌에서 냄새를 착각하는 신경학적 증상
세 번째로 고려해야 할 것은 후각 자체의 문제보다 **후각 신호를 처리하는 뇌의 문제**로 인해 발생하는 ‘환후증’입니다. 환후증은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 냄새를 느끼는 신경학적 증상으로, 일종의 후각 착각 현상입니다.
이 증상은 다음과 같은 상황에서 나타날 수 있습니다:
- 극심한 스트레스와 불면 상태
- 두부 외상 또는 뇌진탕 이후
- 뇌전증, 파킨슨병, 알츠하이머 등 신경 퇴행성 질환
- 두부 MRI상 이상 병변 존재
환후증에서 느껴지는 냄새는 대부분 위험하거나 혐오감을 주는 방향으로 나타나며, 탄 냄새, 가스, 화학약품, 썩은 고기, 고무 타는 냄새 등이 대표적입니다. 이는 후각 피질 또는 후각 구에 전달되는 전기적 신호가 비정상적으로 활성화되기 때문입니다.
단순 감기나 코질환과 달리, 환후증은 뇌신경과 관련된 문제가 의심되기 때문에 신경과 혹은 이비인후과 협진이 필요합니다. 진단을 위해 후각 기능 검사, CT 또는 MRI 촬영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진료를 받아야 할 타이밍은 언제?
다음 중 2개 이상에 해당하면 즉시 진료가 필요합니다:
- 이상한 냄새가 1주일 이상 지속됨
- 콧물, 통증, 코막힘이 동반됨
- 냄새 감각이 점점 심해짐
- 기억력 저하, 두통, 어지럼증 동반
대부분의 냄새 이상 증상은 초기에 치료할수록 회복이 빠르며, 특히 부비동염은 만성화되면 수술이 필요할 수 있어 조기 진료가 매우 중요합니다.
결론: ‘탄 냄새’가 몸이 보내는 경고일 수 있습니다
코에서 탄 냄새가 반복되거나 일상 속에서 자주 느껴진다면, 이는 단순 감각 착각이 아닌 비염, 부비동염, 환후증 등 구체적인 질환의 경고 신호일 수 있습니다.
특히 평소보다 후각이 예민해졌거나, 오히려 냄새를 잘 못 맡는 상태에서 이상 냄새가 느껴지는 경우라면 반드시 가까운 이비인후과 또는 신경과를 방문해 정확한 진단을 받는 것이 좋습니다.
조기 치료는 회복을 빠르게 하고, 질환의 만성화 및 신경 손상을 예방할 수 있습니다. “코에서 탄내가 난다”는 몸의 말에 귀 기울여 보세요.